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10.23 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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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수꾼의 나팔 ① 
 
 
  파수꾼은 성을 지키는 군인이다. 높은 망루에 올라가서 밤낮 없이 적정을 살피고 적의 기습이나 공격의 징후가 보일 때 지체 없이 소리를 질러 대비하게 한다. 파수꾼은 예리한 눈과 귀로 정확하게 보고 듣고 판단을 하여야 하며 신속하고 정확하게 나팔을 불어야 된다.

  어느 시대나 교회는 진리의 보루요 목회자는 파수꾼의 역할을 하는 자이다. 성경에는 파수꾼이 나팔을 불어야 될 시간에 정확한 소리를 내지 아니하여 사람들이 불행을 당하게 될 경우 그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고 하였다(겔 33:6) 오늘날 사회 전반에 만연된 부정과 비리 또는 도덕적 해이와 타락현상에 대하여 교회는 절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 오히려 시대의 파수꾼으로 자처하는 목회자의 사명은 이럴 때일수록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것도 사실이다.

  최근 ‘도가니’라는 영화가 우리 사회에 대형 이슈화되면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영화에서 부각된 소위 많이 가진 자 또는 힘 있는 자의 횡포가 소외되고 약한 자들에게 엄청난 피해와 박탈감을 안겨 주고 있다는 점에서 온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사랑과 자비의 정신으로 설립된 기독교 기관에서 듣지 못하고 말 못하는 장애아들에게 상습적인 성폭행이 자행되어 왔다는 것과 또 이 일의 장본인이 모두 교회의 장로요, 중직자들이라는데 아이러니가 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이런 일들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기독교의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는 점이 참으로 안타깝게 여겨졌다. 또 그 사람들이 출석하는 교회와 담임 목사의 역할도 매우 참담하게 비쳐졌다. 자기 교회 장로요 교인이기 때문에 감싸고 도와야 되는 것이 목사의 사명일까? 교회의 이름으로 탄원서나 써주고 형을 감면받았을 때 감사 예배를 드리는 등 그런 일을 하는 것이 양떼를 사랑하는 목사의 역할이란 말인가? 대부분 교인들의 의식구조나 이런 것이 일반화된 한국교회의 풍토속에서 제대로 된 파수꾼의 나팔소리를 기대할 수는 없다. 이런 것이 잘못된 구조인줄 뻔히 알면서 냉가슴만 앓고 있는 오늘의 현실이 목사의 한 사람으로서 말할 수 없는 자괴감과 비애를 느끼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