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손상률 원로 목사)
멀린 2011.12.18 11: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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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상모순(自相矛盾)
 
 
      백성을 다스리는 위정자나 사람을 가르치는 위치에 있는 사람은 선과 악에 대한 개념과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실한 선을 그어주어야 된다. 그 원칙에 따라서 옳고 바른 것은 장려하되 그르고 잘못된 것은 엄격한 규율대로 징치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세상을 살다보면 말과 행동이 따로 노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어느 축구 해설가의 말에 의하면 축구경기는 서로의 실수에 의해서 판가름 나는 것이라고 했다. 감독의 주문대로 완벽하게 한다면 수비수는 어떤 강한 공격도 막아내어야 하고 공격수는 어떤 빗장 수비도 뚫어내어야 하는데 그게 있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이런 경우를 두고 ‘자상모순’이라는 고사성어가 적용된다.

옛날 초나라에 어떤 무기를 파는 장사꾼이 있었다. 그가 장터 한복판에서 방패를 두드리며 ‘이 방패로 말할 것 같으면 아무리 예리 한 무기로 찔러도 절대 뚫을 수 없습니다!’하고 자랑했다. 구경꾼들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이번에는 긴 창을 꼬나들고 ‘이 창이야말로 어떤 견고한 방패라도 능히 뚫어내는 것입니다!’하고 소리를 쳤다. 그때 군중들 중에 한 사람이 나서더니 그 장사꾼을 향하여 ‘당신이 그 창으로 이 방패를 뚫어 보시오.’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군중들은 한바탕 크게 웃었고 그 장사꾼은 소리 없이 사라져 버렸다.

     진리를 논하고 정의를 가르치는 사람에게는 오직 그것 한 가지만 있을 뿐 다른 것은 절대로 용납될 수 없다. 그렇지만 그 교과서적인 잣대가 어디에나 꼭 그대로 적용되지는 못한다. 간음하다가 현장에서 붙잡힌 여인을 끌고 온 무리들이 모세의 율법대로 그 여자를 돌로 쳐서 죽여야 된다고 우겼다. 그렇지만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하시는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는 한사람씩 손에 들고 있던 돌을 내려놓고 자리를 뜨고 말았다. 믿거나 말거나 창과 방패는 자기야말로 최강의 공격수요 완벽한 수비라는 자신감에 차 있어야 된다. 그렇지만 실제로 삶의 현장에서는 이 두 가지 욕구가 다 함께 충족되는 경우는 없다. 그래서 자상모순의 개념은 인간사회의 불합리한 요소의 현실성을 대변해주는 용어라고 생각한다.